아는 지인이랑 여행을 떠나기로 했는데 밤새 잠을 자지 못했다고 한다. 이유를 들어보니 자녀가 한국에 잠시 여행을 떠났는데 한국의 안보 상태가 좋지 않아 염려가 되어서였다고 한다. 사정을 더 자세하게 들어보면 꼭 그것이 전부는 아닐 수 있지만 국가적으로 위태한 상태가 되면 온 국민이 불안과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이런 때 잠재우고 있던 불안증세가 건드려지면서 강박 증세 또는 건강 염려증, 불면증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코비드가 한창이던 시절 그래서 사람들의 정신 건강 이슈가 화두였고 불안증과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재앙을 경험하자 내면에 이미 잠재적인 어려움의 요소들을 가지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 이후 많은 사람들이 제 자리로 돌아온 것 같지만 불안증과 우울증을 약으로만 달래었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외부적 또는 내부적 요인들이 생기면 증상이 재발되어지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 몸에서 위험을 감지하는 경보 시스템이 한 번 오작동 하고 나면 반복해서 작은 신호에도 경보시스템이 건드려지는 부분으로 설명을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한 청년은 20살에 네팔에 봉사활동을 갔었는데 거기에서 좋지 않은 물로 인해 고생을 많이 했고 고생을 하면서 질병에 감염까지 되는 일이 생겨나면서 체중이 10kg이나 감량되고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피부에도 이상이 생기게 되었다. 그렇다 보니 그 이후로 부정적 건강정보를 들으면 혹시 자신이 그런 것이 아닌가 하고 과대 해석과 적용까지 자꾸하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건강 염려증으로 왔던 것이 나중에는 미래와 관련된 걱정, 염려까지 하는 사람이 되었고 작은 부정적인 사인에 나쁜 일이 일어날까봐 대비하고 걱정하는 사람이 되었다.
베셀 반 데어 콜크는 트라우마와 같은 큰 사건을 경험하게 되면 위험과 안전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이전과는 다른 신경계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고 말한다. 바로 위의 예처럼 말이다.
포지스라는 학자는 환경에서 위험과 안전을 평가하는 사람안에 있는 능력을 ‘신경 인지’ 라는 용어로 설명을 했다. 포지스는 위험에 처한 사람이 처음 시도하는 본능적 반응은 ‘사회적 개입 유도’ 라고 한다. 주위에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에게 도움, 지원, 편안함을 요청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에 실패하면 생존 반응인 ‘싸움 – 도주 ‘ 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맞서 싸우거나 안전한 장소로 도망을 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마져 가능하지 않을 것 같으면 환경과 자신을 차단시키고 에너지를 최소한 줄여서 자신을 지키는 상태인 ‘얼어 붙은 상태’로 반응한다. 이 모든 과정에 ‘미주 신경’ 이 관여하는데 편안함을 주는 배 쪽 미주 신경 복합체와 응급 상테에 관여하는 등쪽 미주 신경 복합체가 있다.
이 신경 시스템이 원할하게 움직여 지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할 때 트라우마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생활의 트라우마로 인해 불안감이 많이 높아 불안 장애의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약을 복용하여 생리적 기능을 제 자리로 돌아가게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심리치료와 다양한 전략들을 통해 자신의 생리적 기능이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재설정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그럴 때 위험한 상황이 되었을 때 가장 적절한 반응을 보이고 동시에 안전하고 편안한 기분을 느끼면서 진정한 상호의존이 가능한 상태로 회복될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불안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에게 호흡법을 가장 먼저 소개하는데 호흡법은 심장심박 변이도가 균형을 이루게 하기 때문이다. 호흡법이 바뀌면 분노, 우울증, 불안과 같은 문제가 개선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이 되었다. 그래서 불안한 사람에게는 3초간 숨을 들이마시고 3초간 쉬고 3초간 천천히 내뱉는 것을 해 보게 한다. 숨을 들이 마실 때는 교감 신경이 활성화 되고 숨을 내 뱉을 때는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 된다. 이것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건강한 사람의 모습이다. 그래서 호흡을 연습하게 하는데 생각 외로 아주 쉬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깊은 호흡을 훈련하는 사람이 많지 않음을 보게 된다.
그리고 호흡법과 관련있는 요가는 고혈압,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량 증가, 천식, 요통 과 같은 광범위한 의학적 문제에도 긍정적 역할을 한다. 특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한 사람들의 각성을 크게 개선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가에서는 호흡과 순간 순간 발생하는 감각에 집중한다. 이것을 통해 감정과 몸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고 자신의 감각을 인지하게 한다. 인지 그것 자체가 감정 조절 능력을 향상시킨다. 종교적인 이유로 인해서 요가를 터부시하는 사람도 있는데 요가를 통해 자신의 몸의 감각을 잘 인식하게 되는 것은 도움이 되는 부분이기에 좋은 점들을 잘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외에 인지 행동 기법을 통해서 내 몸의 경보 체계에 좀 더 합리적이며 건강한 사고로 반응할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EMDR (안구 운동 민감 소실 및 재처리 요법)을 통해 아픈 기억을 새로운 기억으로 바꾸는 작업등을 통해 조금은 몸이 생리적으로 더 건강하게 반응하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
필자가 일하는 학교에서는 2025년도 년 초에 다양한 주제로 교민들에게 무료 강좌를 운영하게 된다. 그 중 한 주제가 일상 생활과 트라우마 인데 어떻게 트라우마로 인해서 고장난 위험 경보 시스템을 정상으로 회복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해서 나누고자 한다. 많은 분들이 도움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